이미 초등 고학년이거나 중고등학생이지만 지식 도서를 좋아하지 않는 상태라면 사실상 호기심의 힘으로 지식 도서를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식 도서 읽기를 포기하고 이야기책 위주로 독서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굳이 지식 도서를 읽히고 싶다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1단계: 언어능력을 길러야 한다.
먼저 아이가 지식 도서를 읽을 수 있는 상태인지 판단해야 한다. 지식 도서를 읽으려면 최소한 자기 연령대 적정치 이상의 언어능력이 필요하다. 초등 고학년이라면 장편 동화를 한 번 읽고 주요 내용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장편 동화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아이에게 지식 도서를 읽히는 건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에게 달리기를 시키는 것만큼이나 무모하다. 아이가 초보 도서가라면 이야기책을 통해 충분한 독서 훈련부터 해야 한다. 최소 1년 이상 이야기책을 읽혀서 또래 적정치 이상의 언어능력이라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2단계: 충분한 대화를 나눈다.
아이가 이야기책을 충분히 읽었고, 또래 적정치 언어능력을 갖추었다면 지식 도서를 읽을 수 있는 기본 조건은 갖춘 셈이다. 그러면 일단 아이와 함께 지식 도서 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지식 도서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얘기한 다음, 아이의 생각을 듣는다. 지식 도서 독서에 대한 호불호, 관심이 가는 분야, 지식 독서를 읽는 데 필요한 조건 등을 듣는다.
사실 초등 고학년 아이에게 지식 도서 독서의 필요성을 설득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대로 공부를 잘하고 있으므로 절박함이 없고, 어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공부는 지금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 고학년에게는 아이가 솔깃할만한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 아이가 싫어하는 사교육을 줄여주거나, 노는 시간을 보장해 주는 식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 지식 도서 독서를 시키는 대신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는지 충분히 생각하고 협상에 임한다.
3단계: 쉬운 책을 읽혀야 한다.
실제로 아이들이 읽는 책을 살펴보면 괴리감을 느낄 때가 많다.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과 책에 나와 있는 독서 연령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초등 3~4학년용으로 분류된 지식 도서는 초등 3, 4학년이 읽기에 어렵다.
책을 잘 읽는 5,6학년이 간신히 읽을 수준이다. 초등 5~6학년용 지식 도서도 5, 6학년들이 읽기는 힘들다. 이런 현상은 전 연령대에 걸쳐 발생한다. 지식 도서가 이야기 책보다 훨씬 읽기 까다로운 책인데도 출판사들이 이야기책의 원고량에 맞춰 지식 도서의 대상 연령을 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의 연령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책을 선정한다. 정서를 다루는 이야기책은 자기 연령에 맞는 책을 선정하는 게 좋지만 지식 도서는 다르다. 지식 도서의 우선순위는 아이가 지식을 처리하는 훈련을 하는 것에 두어야 하며, 책이 단순하고 간단할수록 이 훈련을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
단, 순수하게 지식을 다룬 책을 골라야 하며 원리나 정보를 이야기로 푸는 지식 도서와 학습만화는 제외해야 한다.
Tip: 유아동용 지식 전집 활용하기
상급 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가 상식이 부족하여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영어, 수학은 잘 하지만 상식이 부족하여 나머지 과목을 과연 잘 따라갈 수 있을까 하고 우려하는 것이다. 그런 부모들에게는 도서관 어린이실에 있는 지식 전집을 읽게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추천한다.
단기간에 상식을 쌓는 데는 유아동용 지식 전집만큼 좋은 게 없다. 유아동용 지식 전집은 내용이 충실하다. 교과연계가 목표이기 때문에 초등 교과에 필요한 지식 대부분을 담고 있다. 다만 상세한 정보는 되도록 줄이고 핵심 개념을 이해시키는데 주력한다. 하지만 이 핵심 개념은 중학교, 고등학교 학습에도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다. 이 개념이 확고한 아이들은 더 쉽게 공부 할 수 있다.
또한 유아동용 지식 도서는 짧고 쉬운 언어로 되어 있어 꼼꼼히 읽으면 개념을 이해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이야기 형식으로 된 전집 말고 개념 위주로 설명하는 전집을 고르면 된다. 이야기 안에 지식을 녹이는 방식의 전집은 고학년의 정서 수준에 맞지 않아 아이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전집은 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10~20분이면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어 아주 쉽고 빠르게 해당 분야의 핵심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사 전집 100권을 읽고 나면 아이의 한국사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 되고, 지식을 파악하는 능력도 몰라보게 좋아진다. 이 아이에게 성인용 한국사를 쥐여준다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