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형은 호기심에 이끌려 책을 읽는 형이다. 활자 중독형이 방사형 독서를 한다면 탐구형은 선형 독서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바람개비를 무척 신기해했다. 그래서 한동안 바람을 다룬 책을 읽었다. 바람에 관한 책을 읽다 보니 이번엔 바람의 힘을 이용한 요트나 돛단배가 궁금해졌다.
탐구형 유형의 특징
그래서 요트나 돛단배를 다룬 책을 읽었고, 항해술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탐구형은 이런 식으로 호기심을 쫓아가며 책을 읽는다. 독서를 통해 호기심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지식이 쌓이고, 지식이 쌓이는 과정에서 다시 호기심이 생기는 독서 방식 자체가 '지식의 구조'와 꼭 닮았다. 탐구형은 공격적인 독서를 한다. 책을 읽는 원동력이 호기심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왜?' '어떻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발생하는 사고思考의 양이 많고, 책 속의 지식도 깊이 흡수한다. 또 탐구형은 종종 본인의 언어능력을 몇 단계 뛰어넘는 괴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현대 기계 문명은 어떻게 시작했을까?'라는 호기심이 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아이는 어린이책을 통해 '기계 문명은 제임스 와트가 증기 기관을 만들면서 시작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호기심이 풀리지 않는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제임스 와트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증기 기관의 발명에 도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러면 '그전에는 아무도 만들지 않았던 증기 기관을 왜 그때는 여러 사람이 만들려고 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렇게 의문을 쫓다 보면 아이는 결국 어린이책의 경계를 넘어 자신의 언어능력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책에까지 손을 대게 된다. 청소년용 도서, 심지어는 성인용 도서까지 지평을 넓히고 그 과정에서 아이는 또래의 수준을 넘어서는 언어능력과 지식,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을 탑재하게 된다. 만약 아이의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면 아이는 결과적으로 활자 중독형과 마찬가지로 전 분야의 지식을 폭넓고, 깊게 쌓게 될 것이다.
사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독서 이력을 본다는 것은 탐구형 독서가의 선형 독서, 다시 말해서 독서 목록을 통해 아이의 지적 호기심이 어떤 궤적을 그리고 있는가를 보겠다는 뜻이다. 서울대 입학처장이 추천도서를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를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학생의 지적 여정'을 보려고 한다고 매년 강조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은 고등학생 필독서 목록 위주로 독서 이력을 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