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읽은 지식도서 한 권의 힘은 엄청나다. 그래서 '오늘부터 지식 도서를 읽혀야지'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의욕으로 밀어붙이면 백이면 백으로 실패하게 된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책을 뽑아들지 않는 한 책을 읽힐 수 없고, 강제로 밀어붙이면 아이는 책을 싫어하게 되어 독서교육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호기심을 자극해 독서하기
호기심은 지식 도서 읽기의 엔진이다. 엔진 없는 차가 움직일 수 없듯이 호기심이 없는 아이는 지식 도서를 읽을 수 없다. '바둑은 어떻게 두지?'라는 실용적인 호기심에서부터 '지렁이는 왜 다리가 없을까?'라는 생물학적 호기심, '로봇은 어떻게 움직일까?'라는 특정 분야에 대한 호기심까지 그게 무엇이든 궁금증이 있어야 한다. 물론 호기심이 없어도 책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읽으면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지식을 받아들이지도 재미를 느끼지도 못한다. 유아나 초등학생에게 매일 할당량을 정해 책을 읽히거나 반강제로 읽히는 방식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효과도 없을뿐더러 아이가 영원히 책을 싫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대체로 지식 도서를 읽지 못한다. 저학년이든 고학년이든 호기심을 가진 아이가 거의 없다. 마치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제거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 같다. 아이들과 얘기를 해보면 어렴풋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저, 그거 알아요!'이다. 저학년이든 고학년이든 아이들은 다 안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는 것이 많다. 수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넣고 있다. 하지만 그 정보는 '원인'이 제거된 '결과'만이고, 지식의 블록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이는 '안다'라고 생각한다.
다 아니까 궁금하지도 않고, 호기심도 없다. 심지어 아이들은 모르는 것도 안다고 한다. 뭔가를 모르면 자존심이 상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많은 것을 안다고 믿고, 모르는 게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식을 대하는 태도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로는 그 무엇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두 가지 이유가 유추된다.
지식에 대한 잘못된 생각
첫째, 너무 일찍 공부를 시작한다. 초등 1, 2학년 교과서에 지식이라고 할 만한 게 없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나이에는 지식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릴수록 지식을 이해하기 힘들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단순하다. 그런데 이 시기에 우리 아이들은 전집을 통해 과학, 역사, 사회, 정치에 대한 지식을 두루 섭렵한다. 그 결과 아이들은 복잡한 지식을 단순화해서 받아들이게 된다.
'민주주의는 투표하는 것' '빅뱅은 꽝 터지면서 우주가 생겨난 것'하는 식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6,7세 아이가 민주주의와 빅뱅의 발생 원인을 사고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눈높이에 맞지 않는 지식을 주입하면 아이는 원인을 생각하지 않고, 결과만 가지고 '안다'라는 잘못된 사고 체계를 내면화한다. 사고 체계 안에 '원인'이 사라졌으니 대상에 대해 궁금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둘째는 잘못된 칭찬이다. 아이가 '빅뱅'이나 '민주주의'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 어른들은 그것을 학습의 효과『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와, 그런 것도 알아? 정말 똑똑하네!'라고 칭찬을 한다. 그러면 아이는 자기가 정말 똑똑하다고 믿게 된다. 더불어 지식이란 빅뱅이나 민주주의 같은 어려운 단어를 많이 아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해도 안 되는 용어들을 계속 머릿속에 넣게 되고, 그 덕분에 똑똑하다는 칭찬도 계속 듣는다. 사실은 제대로 된 지식이 아니라 얇디얇은 정보를 가득 채우고 있음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