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책과 지식 도서는 읽는 방법이 다르다. 일반적인 동화나 청소년 소설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읽으면 된다.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의 특성상 이렇게만 읽어도 책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식을 이해해야 하는 지식 도서는 이렇게 읽으면 안 된다. 이야기책 읽듯 술술 읽으면 지식이 머릿속에서 뒤엉켜 뒤죽박죽이 되고 말아 읽긴 읽었는데 뭘 읽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쉽다. 지식 도서를 읽는 데는 두 가지 기본 공식이 있다.

기본공식 두가지

첫째, 머리말을 완벽하게 읽는다. 이야기책의 경우 그 이야기의 정수, 이야기의 모든 요소가 압축되어 있는 부분은 첫 단락이다. 그래서 첫 단락을 필사하는 것이 그 책을 깊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반면에 지식 도서는 그 책의 주제, 주요 지식과 논리를 압축하고 있는 부분이 머리말이다. 책을 쓴 이유가 무엇이고, 매 장마다 어떤 내용을 왜 다루고 있는지 설명하는 경우도 많다. 지식 도서의 머리말은 그 책 전체의 논리 구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지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머리말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지도를 머릿속에 넣고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숙련된 독서가들도 이런 방식으로 읽는 게 이상적이다. 성인용 지식 도서를 처음 읽는 아이들은 좀 더 세밀한 독서법이 필요하다. 머리말에 밑줄을 그으며 읽는 것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식 도서를 읽기 전에 머리말을 필사하는 것이다.

 

둘째는 연필을 들고 핵심 문장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밑줄을 그으며 읽는 것이다. 초보 독서가의 경우 지식 도서의 논리 전개 방식에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밑줄을 긋는 것에 더해 문단별, 소제목 별로 끊어 읽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먼저 한 문단을 읽고 멈춘다. 그리고 모르는 단어나 개념, 문장에 연필로 표시를 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대충 아는 것은 아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한 정의를 모르는 단어도 표시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첫 번째 문단의 핵심 내용을 책 여백에 적는다. 그다음은 두 번째 문단을 읽으며 똑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같은 방법으로 세 번째 문단, 네 번째 문단을 계속 읽어나간다. 이렇게 단락 하나를 다 읽고 나면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눈으로 문단의 핵심 내용을 훑는다. 그렇게 하면 눈으로 한 번만 훑어도 내가 읽은 단락의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고 논리의 전개 방식도 깨닫게 된다.

 

모르는 단어나 개념, 문장을 이 단계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 문단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데 무리가 있을 때는 인터넷 백과사전을 찾아보되, 그렇지 않을 때는 다음 단락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책 읽기의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기 위해서이다. 모르는 것을 파악하느라 책 읽는 속도가 떨어지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김이 새기 마련이다.

 

둘째는 책을 읽는 과정에서 모르는 단어나 개념을 알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을 끝까지 다 읽은 후 표시해둔 모르는 단어와 개념을 다시 훑어본다. 이렇게 문단별, 단락별, 소제목별로 내용을 파악하면서 읽는 것이 지식 도서의 기본이다. 이렇게 한 권만 읽어도 공부의 효율성이 달라진다. 과목당 학습시간이 줄고 사회, 과학 계열의 성적이 오른다.

 

핵심 내용을 파악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읽는 만큼 상식도 늘게 된다. 두 권, 세 권을 읽으면 그만큼 더 뛰어난 지식 처리 능력과 넓은 상식을 갖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세 권만 읽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굳이 문단의 핵심을 적지 않아도 머릿속에 바로바로 정리하면서 읽을 수 있게 된다.

언제 효과가 좋을까?

하지만 이 방식은 유아나 초등학생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유아나 초등학생에게 이런 독서를 시키면 독서 자체를 싫어하게 된다. 적어도 중학생은 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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