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중독형이 팔방미인, 탐구형이 지식 탐험가라면 마니아형은 한 우물만 파는 특정 분야 전문가이다. 아이들은 모두 마니아형이 될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아이라면 누구나 각자 흥미로워하는 분야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어떤 아이는 로봇이나 비행기를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공룡이나 화산을 좋아한다.

마니아 유형의 특징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관심사를 잃어버리게 된다. 어른들이 아이의 관심사를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한 분야만 좋아하는 것을 나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가 돈에 열광한다고 가정해 보자. 고작 열 살밖에 안 된 아이가 경제에 관한 책을 읽고, 투자나 창업, 주식 같은 것에만 관심을 두고 다른 책은 손도 안 대려고 한다. 이 경우 부모들은 당연히 걱정을 하게 된다.

 

어린아이가 돈, 돈 하는 것도 마땅하지 않고, 지금 돈에 관해 공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하는 돈에 대해서도 마음에 안 드는데 공룡, 로봇에 열광하면 정말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다. '그런 책 읽을 시간이 있으면 영어 단어를 하나 더 외어라!'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눈에는 아무리 한심해 보이는 분야라도 아이들이 열광하는 관심사가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설령 그 지식이 정말 쓸모가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그 강렬한 관심사가 지식 도서를 읽는 힘이 되어주고, 더 나아가 언어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기 때문이다. 로봇을 좋아해서 로봇 책만 읽는 아이에게 원하는 대로 책을 공급해 준다면 그 아이는 이내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로봇 책을 독파하게 될 것이다. 만약 로봇에 대한 흥미도가 높아 멈추지 못한다면 아이는 기계 공학으로 관심사를 확장하거나 좀 더 높은 수준의 로봇 공학 책을 읽게 될 것이다.

 

진정한 마니아라면 독서의 지평이 양방향으로 확장된다. 기계 공학을 읽으면서 동시에 수준 높은 로봇 공학 책을 읽거나 아니면 로봇이 등장하는 이야기책도 포함된다. 이런 방식으로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청소년용 도서를 넘어 성인용 도서까지 정복한다면 아이는 또래를 압도하는 언어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마니아 형에게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마니아 형의 강렬한 관심사는 강렬한 꿈을 낳는다. 이것은 뛰어난 사람들의 또 다른 공통점이다. 마오쩌둥은 혁명가와 영웅들의 전기를 끼고 살았던 영웅 마니아였으며, 워런 버핏은 여덟 살 때부터 경제, 투자, 주식 책을 끼고 살았던 Money 마니아였으며,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외계인 마니아였다. 그것이 무엇이든 아이가 열광하는 분야가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응원할 필요가 있다. 황당한 것이든, 돈이 안 되는 분야든 상관없다. 열정을 잃지 않는 한, 아이는 스스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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