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 동아리의 두 번째 주제 '현대문학'의 책으로 선정되어서 읽게 되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인생 책으로 꼽았고,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렇게 느꼈다. 정말 명작이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고..
참고로 이 독후감에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그냥 책 읽어주는 남자가 나와서 젠틀하게 책을 읽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예상하던 것과는 정말 달랐다. 1부에서는 15살 남자애 미하엘과 36살 한나의 사랑을 다룬다. 미하엘은 한나의 집에 갔다가 한나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렇게 둘이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짧은 문장과 세밀한 감정 묘사가 들어가 되게 재밌게 읽힌다. 그러다 한나가 떠나고, 한나가 법정에서 나치 전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장면에서 미하엘과 한나가 재회하게 된다.
초반에 한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모든 걸 서술하지 않고 계속 미스터리함을 남 겯면서 호기심을 자극해 되게 재밌게 읽혔고, 중반부부터 한나가 나치 전범 재판을 받으며 철학적인 문장이 많이 나와 쉽게 읽히진 않았지만 생각해볼거리가 많았다.
이 책에서는 선택이 되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선택은 누군가의 죽음이나 파멸 등의 결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미하엘이 수영장에 가지 않고 한나에게 집중했다면, 교회가 불에 타고 있을 때 수용소 감시자들이 문을 열어줬다면, 한나가 문맹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보고서를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필체 감정을 통해 입증했다면, 미하엘이 한나에게 편지를 써주고 교도소에 제때 면회를 갔다면.
작가는 여러 선택의 상황을 주고 독자로 하여금 이 상황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한나는 분명 나치 전범이다. 유대인 수용소 감시자로 일을 했고, 분명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을 개인의 문제만으로 볼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강점기 때 친일행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우리나라 군인들이 국민들을 사살한 것 등 비슷한 사건들이 많았다. 친일을 한 개인들, 국민을 사살한 군인들이 단죄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과연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나는 친일에 대한 단죄는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네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친일을 안 했을 거라고 할 수 있냐. 누구든지 친일을 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친일에 대한 단죄는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시대에 살았다면 누구든지 친일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 친일 행위에 대해 정당화하고, 의미를 희석시킨다면, 앞으로 국가를 버리는 행위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정당화해도 그것을 단죄하기 힘들 것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한나는 문맹이었다. 한나는 이 사실을 숨기고 싶어했고, 드러내기 어려운 본인의 약점이라고 여겼다. 다른 수용소 감시자들이 보고서를 한나가 다 썼다고 하면서 한나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울 때, 한나는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결국 종신형을 받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선택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문맹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필체 감정을 했다면 종신형을 선고받지 않았을 텐데, 본인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수치심이 종신형을 통해 얻는 고통보다 더 컸던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종신형을 받는 대신 본인의 약점을 드러내고 말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개개인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해석이 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다.
"어른들의 경우에는 내가 그들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좋다고 여기는 것보다 더 우위에 두려고 하면 절대 안 된다."
결국 나는 한나가 종신형을 받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본인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한나에게 좋다고 생각을 했지만, 한나 스스로는 본인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보다 종신형을 받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가치 판단은 주관적인 것이다.
이 책의 결말은 상당히 반전이었다. 내가 책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건 처음이다. 정말 인상 깊었던 책이고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다.
이 책의 평가
책 별점을 매기자면 5점 만점에 5점!!
두 말이 필요없는 책이다. 그냥 인생 책이다.
내 한줄평
"책 읽어주는 남자는 어찌 보면 미하엘이 아니라 저자가 아닐까. 인간의 사랑, 윤리, 심리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볼 수 있는 책."